호르몬-스트레스 이론
세포시계 이론이나 면역체계이론 혹은 유리기 이론 모두 세포 수준에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라면, 호르몬-스트레스 이론(hormonal stress theory)은 호르몬 수준에서의 변화를 바탕으로 노화를 설명하려고 한다. 이 이론은 신체의 호르몬 수준에서의 노화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저하시키고 질병의 가능성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Finch & Seeman, 1999).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ypothalamic-pituitary-adrenal: HPA) 체계는 유기체가 외부적 스트레스에 반응하고 신체 내부의 평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주된 조절체계 중의 하나이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대뇌의 시상하부에 정보가 전달되고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명령을 내려 신장 위의 부신이 스트레스 대처 호르몬을 방출하게 한다. 다시 말하면 시상하부는 뇌하수체를 통제하는 뇌영역이고, 뇌하수체는 일반적인 호르몬 수준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호르몬-스트레스 이론에서는 노화함에 따라 HPA 조절체계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젊을 때와는 달리 노화가 일어나면, HPA 체계에 의해 분비된 많은 양의 호르몬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그래도 유지된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의 HPA 체계는 분비된 호르몬들을 빠른 시간 내에 스트레스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킬 수 있으나 노인들의 HPA 체계는 탄력성을 잃어 원상태로 복귀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오랫동안 그대로 유지되면 심장혈관 질환, 암, 당뇨병, 고혈압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질병들이 발생하고 그 결과 노화가 촉진된다.
네 가지 이론 중 어느 이론이 인간의 노화과정을 가장 잘 설명하는가? 분명한 것은 이 네 가지 이론 모두가 인간의 노화와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이론도 노화과정을 완전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행동에 미치는 신체적 노화의 영향
반응속도의 감소
신체적 노화는 자극에 대한 반응속도를 감소시킨다. 소위 행동둔화(behavior slowing)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성인후기만의 문제가 아니며 훨씬 더 일찍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면 속도를 요하는 운동에서 최상의 수행은 10대나 20대에 가능하다. 장거리 육상과 같이 속도보다는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에서의 절정 연령은 약간 높아지기는 하지만, 최상의 수행은 20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연령증가와 함께 반응속도는 꾸준히 감소하며, 성인후기에 이르면 걸음걸이까지도 느려져서 파란 신호등이 켜져 있는 동안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어려워진다.
스태미나, 정교성, 균형감각
속도의 상실과 함께 노화는 스태미나, 정교성 및 균형감각의 감소를 초래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근육은 물론 순환계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동안 정력적으로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인 스태미나(stamina)가 현저히 감소한다. 또한 관절에서의 변화에 의해 신체, 특히 손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인 정교성을 상실한다.
위치변화에 적응하는 균형감각도 점차적으로 상실되므로 65세 이상의 노인의 약 33%와 80세 이상의 노인 약 50%가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 낙상한다(de Rekeneire 등, 2003). 노화와 함께 탄력성과 근육의 힘을 상실하기 때문에 성인후기의 노인들은 울퉁불퉁한 도로나 눈길을 걷기 어려워하며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균형을 잘 잡지 못한다. 더욱이 균형감각의 상실은 잘 보이지 않는 시력과 부러지기 쉬운 뼈가 서로 상호작용하여 노년기의 신체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수면
노화는 불면증을 증가시킨다. 성인중기에 이르면, 전체적인 수면시간에는 변화가 없지만 밤에도 여러 번 잠을 깨고 깊은 수면(deep sleep)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점진적으로 감소한다(McCrea & Dubyak, 2009). 밤 동안 침대에서 깨어 있는 시간의 양이 점차 증가하므로 아침에도 충분히 휴식하였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다. 또한 수면 동안 호흡곤란을 겪는 일도 더 자주 발생한다. 성인후기에는 깊은 수면을 포함한 전체적인 수면양이 감소하므로 낮동안에 조는 노인들이 많아진다. 수면시간의 감소는 노인들의 생활리듬과 패턴을 변화시킨다.
성인중기 불면증은 많은 양의 약물복용과 비만 그리고 심혈관질환을 가진 사람 및 우울한 사람들 사이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유사하게 노년기 불면증도 일차적 노화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이차적 노화의 원인인 질병이나 약물 복용이 그 원인이다. 특히 통증과 기침, 잦은 소변 및 전신열감(hot flash) 등은 수면을 방해한다. 또한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심리적 문제에 의해서도 노년기 수면 문제가 초래된다(Loponen 등, 2010).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면제나 항우울제 등 광범위한 약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낮 동안에 야외활동 시간을 늘리며 수면시간 외에는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적 활동
성적 능동성이나 성적 활동의 빈도가 감소한다. 20대 초기에는 월평균 10회 이상의 성교가 가능하였으나 65세에는 3회 정도로 감소한다. 듀크 종단연구(Palmore, 1981)와 횡단자료는 1987-1988년에 미국의 전국적 표본을 대상으로 면접한 결과 다양한 연령의 결혼한 성인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성적으로 능동적인지를 보여주고 월평균 성교빈도를 보여준다. 성적 능동성은 연령과 함께 감소하지만, 70대 노인의 약 1/2 이상이 아직도 성적으로 능동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성적 활동에 대한 모든 연구들이 조사연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연구대상자가 보고하는 숫자는 그들이 실제로 행하지 않은 성교 횟수일 수 있다.
둘째, 연구대상자들이 주로 자신의 성행위를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구성된다.
셋째, 실제 성행위와는 관계없이, 젊은 사람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보다 성행동을 보고할 가능성이 더 많아 출생동시집단 효과가 혼합된다.
넷째, 연구자들은 거의 항상 성행위의 빈도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성행위의 질적 특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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