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적 노화

  이차적 노화는 질병에 의해 그리고 신체기관을 사용하지 않거나 각종 약물을 남용할 때 일어난다. 그러므로 이차적 노화는 전생애 동안 거의 모든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지만 보편적이거나 불가피한 현상은 아니다.

  우선 연령과 질병 간에는 매우 높은 상관이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 80%와 80세 이상의 노인 90% 이상이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보건복지부 국민영양조사, 2003). 노인들은 치료되기 어려운 만성질환을 앓는 외에도 일 년에 적어도 한두 번은 심각한 질병으로 고생한다. 물론 노화가 질병 자체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화는 저항력을 저하시켜 질병에 걸리기 쉽게 하고 질병은 다시 노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신체기관들이 충분하게 사용되지 않을 때도 이차적 노화가 촉진된다. 그 예로서 운동부족은 근육을 위축시키고 관절을 굳어지게 한다. 더욱이 질병은 노인들의 활동성을 제한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조차도 피하게 함으로써 운동부족을 유발하고, 그것은 또한 질병과 상호작용하여 이차적 노화를 촉진시킨다. 심한 흡연이나 알코올 같은 약물의 남용과 비만이나 영양부족 역시 이차적 노화에 기여한다. 영양부족은 특히 70세 이상의 가난한 노인들에게 자주 일어나고 여성노인들보다는 남성노인들 사이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차적 노화는 연령과 높은 상관이 있기 때문에 자주 일차적 노화의 결과로 잘못 인식되는 일이 많다. 그 예로서 한때 주름살은 일차적 노화의 전형적 표시로 생각되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대부분의 주름살이 이차적 노화의 결과이고 태양의 자외선이 그 원인요인임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휴식하고 있을 때의 심장근육의 강도는 20대부터 매년 1%씩 감소한다고 생각되었으나 20세부터 80세까지 휴식 시의 심장기능에 변화가 없음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일차적 노화와 이차적 노화의 결과들은 서로 혼합되는 경우가 많아서, 연구자들이 정상적 노화과정을 제대로 연구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많이 있다. 더욱이 노화에 관한 평정은 대부분 횡단연구 결과에 의존하기 때문에, 의학적 처치나 생활양식에서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출생동시집단 효과와 연령 관련적 변화가 혼합됨으로써 연구자들이 무엇이 정상적 노화의 결과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한다.

 

  삼차적 노화

  삼차적 노화는 인생의 종말을 신호하는 최종적인 급속한 감퇴로서 사망 직전에 나타나는 빠른 상실을 의미한다. 죽음이 가까워오면 신체건강은 물론, 인지기능과 사회적 기능에서 급속한 감퇴가 일어난다. 삼차적 노화에 기인한 변화는 정상적 노화에 의한 변화와는 노화의 질과 양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질병에 대한 저항능력이 급속하게 저하되고 타인이나 세상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며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수면으로 보냄으로써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신호한다.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노화는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시간경과와 함께 노화의 속도는 점차 빨라진다. 가속화된 노화는 더욱 빠르게 개인을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하고 결국 사망하게 한다. 비렌과 커닝햄(Birren & Cunningham, 1985)은 이런 현상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의 가속도에 비유하여 노화의 폭포모델(cascade model)이라고 명명하였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노화할 수 있는가? 생물학적 의미에서 성공적 노화란 수십 년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일차적 노화와 짧은 기간의 삼차적 노화를 경험하고 대략 85세 이후에 이르러 조용히 잠자듯이 사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적 노화는 노화의 정상적 방식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다.

  성공적으로 노화한 사람들은 반응속도는 다소 느려지지만 80세에도 맑은 사고력과 지혜를 지니고 있고 긴장상태가 아니면 정상적인 심장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들은 정상적인 혈압과 신진대사 및 신장기능을 지니고 있고 뼈도 튼튼하며 면역기능도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는다. 신문을 읽을 때는 돋보기를 필요로 하지만, 정상적 시력을 지니고 있고 테니스, 수영 혹은 하이킹도 가능하다.

  생물학적으로 누구나 성공적 노화를 경험할 수 있으나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건강한 식사와 규칙적 운동이 이루어지고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를 피해야 하며 심리적으로는 환경에 대한 통제감, 자율성 및 사회적 통합감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타인으로부터 과보호를 받는다거나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점차 수동적으로 변화하고 그에 따라 면역체계의 기능과 건강상태의 지속적 악화로 성공적 노화는 어려워진다.

 

  노화의 생물학적 이론

  우리가 이차적 노화를 피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일차적 노화는 출생직후부터 계속된다. 노화는 여러 가지 원인요인들의 복합적 결과로써, DNA 수준에서, 세포 수준에서 그리고 조직과 기관 및 전체 유기체 수준에서 일어난다. 문제는 현재까지 수백 개의 노화이론들이 제시되었으나 우리는 아직도 노화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때 인기가 있었던 마모이론(wear-and-tear theory)은 인간의 노화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노화이론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였다. 마모이론에서는 신체기관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옷이 낡아서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것처럼 못쓰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낡은 신체 부분들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마모이론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더욱이 심한 신체활동과 이른 죽음 간에 어떤 관계도 없을 뿐 아니라 정력적인 운동은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마모이론은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더 이상 타당한 이론이 되지 못한다.

  최근에 노화를 설명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으로 세포시계 이론, 면역체계 이론, 유리기 이론 및 호르몬-스트레스 이론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중 어떤 이론도 일차적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변화들을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