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시계 이론
레오날드 헤이플릭(Leonard Hayflick, 1977)은 대표적인 유전적 계획이론가로서 신체의 세포 속에 노화시계(aging clock)가 내장되어 있다는 세포시계 이론(cellular clock theory)을 제안하였다. 그는 배양기 속에서 세포가 생존할 수 있는 최대한계를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라고 명명하고 세포의 수명은 유전적 프로그램에 의해 한정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헤이플릭에 의하면, 인간태아로부터 채취한 세포들을 배양기 안에서 배양시키면 50±10번 정도 분열이 가능할 뿐이었다. 세포포분열 능력은 개인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그 예로서 87세 노인의 경우 배양기 안에서 29회의 세포분열을 할 수 있었으나 26세 젊은이는 단지 20회의 세포분열만 가능하였다. 따라서 연령만이 세포분열의 수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은 되지 못한다.
문제는 헤이플릭 실험이 실험실의 배양기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살아 있는 동물에서의 헤이플릭 한계를 실험한 결과(Norwood & Smith, 1985), 부신피질, 피부, 뇌하수체, 신장세포 등에서 헤이플릭 한계를 넘어 75-85회의 분열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결국에는 이 세포들도 세포분열이 불가능해졌으므로 헤이플릭은 이를 기초로 인간수명의 상한계를 약 120년으로 추정하였다.
지난 10여 년간 과학자들은 세포시계 이론을 확장하여 세포가 왜 사망하는지를 설명하려고 하였다. 특히 미국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 웨스턴 메디컬센터 세포 생물학 교실 노화연구팀의 제리 샤이와 우드링 라이트(Jerry Shay & Woodring Wright, 2000) 교수는 염색체 끝 부분에 있는 유전자 조각인 텔로미어(telomere)가 그 원인요인임을 발견하였다.
여기서 '텔로'는 '멀다'라는 뜻이고 '미어'는 유전자인 'DNA'를 뜻한다.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면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낸다. 이때 유전정보가 담긴 세포핵 내에 있는 23쌍의 염색체는 정확히 2배로 복제되어 다시 반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세포분열을 거듭할수록 텔로미어는 짧아지고 70-80회의 분열을 거듭한 후에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극적으로 감소하여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텔로미어의 길이를 측정하면 세포의 수명이 예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실험실에서 성장한 인간세포에 텔로머라제(telomerase)라는 효소를 주입하면 75-80회의 정상적 세포분열 이상으로 세포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이와 함께 텔로미어의 감소는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는 능력의 손상은 물론 암세포 발생비율의 증가와도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Rudolph 등, 1999).
면역체계 이론
면역체계 이론은 신체가 노화함에 따라 면역기능은 점차 감소한다고 가정한다. 면역체계의 수명은 유전자 속에 프로그램되어 있으므로 노화에 의해 면역체계의 효율성이 감소되면 신체는 질병에 대처할 능력을 점차 상실한다. 그 결과 유해한 세포들이 점점 더 많이 생존하게 됨으로써 신체의 손상을 일으켜 노화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면역체계의 기능이 감소하면 신체의 자기 면역(autoimmune) 반응 능력이 증가되고 그것은 세포를 파괴하는 자기 면역 항체(antibodies)를 점점 더 많이 생성하게 한다. 중년기에 많이 나타나는 당뇨병은 전형적인 자기 면역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동기에 시작되는 당뇨병도 있기 때문에 질병이 세포 손상을 일으키고 그 결과 노화하는지 아니면 노화세포(aging cell)가 손상을 일으켜 노화를 촉진시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일부의 과학자들은 호르몬 치료 특히 DHEA 호르몬을 사용하여 병든 노인들의 면역체계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Trifunovic 등, 2005). DHEA 호르몬은 쥐의 B형 간염을 치료하여 쥐의 면역체계를 회복시켰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른을 주입하면 근육의 강도가 증가하고 빈혈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원인물질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유리기 이론
유리기(free-radical)란 산소대사의 부산물로서 정상적인 대사과정에서 생성된 불안정한 산소분자들이며 활성산소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하면 세포 내에서 물질대사가 일어날 때 여분의 자유로운 전자를 갖는 부산물이 생성되며 그것이 유리기 혹은 활성산소라는 것이다.
유리기 이론(free-radical theory)에 의하면, 불안정한 산소분자는 세포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DNA나 다른 세포구조를 손상시킴으로써 광범위한 장애를 유발하고 결국 노화를 촉진시킨다. 암, 관절염, 노화반점(age spots) 모두 유리기에 기인한 손상의 결과들이다(Hauck & Bartke, 2001). 유리기 이론은 전형적인 손상이론으로 인간의 노화와 죽음은 유전적으로 계획된 생물학적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동안 축적된 무작위적 손상이나 오류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늙어갈수록 더 많은 유리기가 생성되지만, 다행스럽게도 자연 산화방지제들이 도처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초콜릿이나 적포도주는 물론 시금치, 브로콜리, 사과, 체리, 포도, 블루베리 등이 산화방지제의 기능을 하므로(Hillier & Barrow, 2011) 유색의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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