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연구 설계법

  횡단적 설계와 종단적 설계의 차이는 전자가 몇 개의 서로 다른 출생동시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반면, 후자는 동일한 출생동시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연구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만약 횡단연구 결과, 현재 70세의 노인들이 현재 20세의 젊은이들보다 트로트 음악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할지라도, 현재 20세인 사람이 70세가 되었을 때 트로트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현재의 70세 노인과 20세 젊은이는 각기 다른 출생동시집단에 속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70세 노인들은 그들이 20세였을 때 이미 트로트 음악을 좋아하였지만, 현재의 20세 젊은이들은 트로트 음악이 아닌 K-pop을 더 좋아하므로 그들이 70세가 되었을 때 트로트 음악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 나타난 70세와 20세의 차이는 출생동시집단 효과에 기인한 차이일 분 연령변화에 기인된 차이가 아니므로 트로트 음악에 대한 개인의 선호는 연령과 함께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종단 연구의 결과는 동일한 출생동시집단을 포함하기 때문에 연령차이는 곧 연령에 따른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연습의 효과와 측정시기 효과

  종단적 설계가 출생동시집단 효과가 배제된 연령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할지라도, 문제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연구가 오래 계속되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연구대상자의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동시에 연습의 효과와 측정시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연습의 효과란 동일한 척도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검사점수가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정한 검사를 반복해서 실시하면 개인은 연습의 효과로 점점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종단연구에서 시간경과와 함께 개인의 점수가 높아졌다고 할지라도, 연령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연습의 효과로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종단연구에서 나타난 결과가 때로 연령증가와는 상관없이 검사나 측정이 이루어진 시기의 독특한 사회적 특성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에 대한 태도에서의 변화를 종단적 설계를 사용하여 연구한다고 하자. 이를 위해 1995년도, 2005년도 및 2015년도에 각각 1970년 1975년, 1980년도에 출생한 사람을 대상으로 태도변화를 측정하였다.

  연구결과 연구대상자들이 북한에 대해 점점 더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내었다면, 북한에 대한 태도는 연령증가와 함께 긍정적으로 변화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3회의 측정시점에서 나타난 사회-역사적 변화에 의해 연구대상자들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성인발달 연구에서 횡단연구와 종단연구의 의미

  발달심리학자들의 일차적 목표는 연령변화를 기술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자주 횡단연구에서 나타난 연령차이를 관찰하고 연령변화를 추정하려고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횡단연구 결과로도 연령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첫째, 서로 다른 출생동시집단들이 연구자가 관심 갖는 변인에 대해 유사한 태도를 지니고 있을 때

  둘째, 비교적 연령차이가 적은 집단을 서로 비교할 때

  연구대상자가 아동일 때, 횡단연구와 종단연구는 자주 유사한 결과를 산출한다. 그 이유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들은 비교적 작은 연령범위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만약 2세 아동과 4세 아동을 비교한다면, 두 개의 연령집단은 연령차이가 적기 때문에 출생동시집단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한 아동기 동안 나타나는 여러 가지 연령 관련적 변화들은 주로 생물학적 변화에 기초하기 때문에 큰 개인차를 나타내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성인기는 아동기와 비교하여 긴 기간일 뿐 아니라 생물학적 변화와 함께 사회적 사건들에 기인한 변화들이 많이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연령집단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인초기 젊은이와 성인후기 노인들을 횡단적으로 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는 큰 연령차이와 거기에 기인한 상이한 사회적 경험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성인을 대상으로 수행되는 횡단연구들은 연령효과와 함께 출생동시집단 효과를 포함하기 쉬우므로 연령변화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종단연구가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 성인기는 평균 60년의 기간을 포함하는 긴 여정으로 다양한 사회적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종단연구만이 이 시기 동안의 발달적 변화를 규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종단연구는 아동발달 연구에서보다는 성인발달 연구에서 더 중요하고 더 많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시간-지연 설계법

  시간-지연 설계법(time-lag design)은 각기 다른 시기에 동일한 연령의 서로 다른 대상자를 연구함으로써 출생동시집단 효과를 직접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구성된 효과적인 설계법이다. 20대 젊은이들의 성생활에 대한 태도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연구하려고 한다면, 시간-지연 설계법이 사용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먼저 1990년도에 20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성생활에 대한 태도를 조사하고 다시 2010년도에 20대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다.

  시간-지연 설계법은 연령이 고정되는 특징이 있으나 측정시기의 효과가 혼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 예로서 성생활에 대한 조사에서 만약 현재의 20대가 더 많은 성적 활동을 보고한다면, 현재의 20대가 20년 전의 동년배들보다 더 많은 성적 활동에 가담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측정시기 1과 측정시기 2 사이에 사회가 성행동에 대해 더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변화하였다면, 그와 같은 결과는 오로지 측정시기에 기인된 효과이지 세대 간 차이와는 상관없는 변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