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 발달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들이 있다. 사회적 시계(social clock)와 연령 및 연령차별주의(ageism) 그리고 중년기 위기(midlife crisis) 등이 그것이다.
사회적 시계
사회적 시계란 중요한 인생사건들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연령으로 특정 사회가 규정하는 규범적 연령이다. 일반적으로 결혼이나 자녀양육, 은퇴 혹은 조부모 되기와 같은 중요한 인생사건들은 그 사회 내의 합의된 연령규준에 따라 수행된다. 따라서 개인의 발달은 특정한 인생사건들이 이 연령규준에 맞추어 전개되는지 아니면 이 연령보다 늦게 혹은 일찍 전개되는지에 따라 평가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사회적 시계를 따르지 않는 생활을 한다면, 타인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개인적 괴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시계는 사회가 적정한 연령에서 개인이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하고 연령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19세의 임신이 때 이른 행동으로 생각되고, 40세의 결혼이 때늦은 행동으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사회적 시계를 무시하고 개인 자신의 독특한 시계에 맞추어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연령은 매우 다양해져서 30대 초반에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가 하면 결혼 자체를 거부하고 독신생활을 계속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있다. 또한 결혼하고도 자녀출산을 거부하는 성인초기 성인들도 상당수 있을 뿐 아니라 65세 이후에도 은퇴 없이 여전히 직업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시계의 개념이 약화된 상태에 있다.
연령과 연령차별주의
연령
연령이란 발달단계를 구분하는 기초인 동시에 특정한 출생동시집단의 구성원임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우리 모두는 생년월일에 기초한 생활연령 혹은 역연령(chronological age)을 가지고 있다.
생활연령은 아동의 발달을 설명할 때 매우 유용하다. 그 예로서 생후 10개월의 영아라고 하면, 우리는 그 아기의 신체능력이나 인지능력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아동기의 특징적인 발달적 이정표들인 걷기, 두 단어를 말하기, 자신의 이름을 쓰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연령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생활연령은 아동의 발달을 효과적으로 기술해 낼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성인기 동안 일어나는 결혼이나 이혼, 재혼, 부모 되기 혹은 은퇴와 같은 발달적 이정표들은 매우 다양한 연령에서 시작되고 성취되기 때문에 특정한 생활연령을 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성인기에 유용한 연령은 생활연령보다는 오히려 기능적 연령(functional age)이다.
기능적 연령이란 생활연령과 관계없이 개인이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정도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연령에 기초한다.
- 생물학적 연령(biological age): 유사한 연령(생활연령)의 다른 사람과 비교한 건강 특히 핵심적 기관체계에서의 건강 연령. 심장기능과 폐기능이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 심리적 연령(psychological age): 유사한 연령의 다른 사람과 비교한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이나 대처능력 연령. 우리는 매일매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적, 인지적 그리고 정서적 기술을 사용한다.
- 사회적 연령(social age): 생활연령이나 전체적 기능과 비교한 사회적 역할이나 기대에 기초한 연령. 사별은 성인후기에 주로 일어나므로 젊은 여성이 사별하였다면 우리는 그 여성을 실제보다 더 나이 많은 사람으로 지각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단순히 55세라는 것을 아는 것보다는 그 사람의 건강과 성격 및 사회적 관계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의 신체능력이나 인지능력을 더 잘 추론할 수 있으므로 기능적 연령은 성인기에 유용한 개념임이 분명하다.
주관적 연령(subjective age) 또한 성인기에 유용하다. 주관적 연령이란 개인 스스로 지각한 연령 혹은 개인 자신이 느끼는 연령으로서 사람들은 생활연령보다는 주관적 연령을 자신의 실제 연령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Kaufman & Elder, 2002). 일반적으로 남성노인들은 여성노인들보다 노년기로의 이동이 실제보다 더 늦은 시점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Musaiger & D'Souza, 2009), 남성노인들은 자신을 생활연령보다 더 젊다고 자각한다. 그러나 여성노인들은 젊을수록 주관적 연령을 생활연령보다 더 낮게 지각하여 자신을 실제보다 더 젊다고 생각하지만, 늙어갈수록(75세 이후) 주관적 연령과 생활연령을 동일하게 지각하는 경향이 있었다(장휘숙, 2010).
주관적 연령의 중요성은 그것이 신체적, 심리적 안녕의 지표라는 것이다. 높은 주관적 연령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늙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낮은 자기 존중감과 건강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지니며 더 우울한 상태에 있었다(윤유경, 1995; 장휘숙, 2010; Palacios 등, 2009).
연령차별주의
연령차별주의(ageism)란 연령을 바탕으로 개인을 모욕하거나 비하하는 태도나 신념, 행동 혹은 사회적 관습 등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연령차별주의는 상이한 연령집단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으로서 이론적으로는 노인은 물론 10대에게도 적용도리 수 있는 개념이지만, 실제적으로는 65세 이상의 노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의미한다.
연령차별주의의 문제는 성차별주의(sexism)와 같이 외형적 특성만으로 개인을 과일반화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노인들은 성미가 까다롭고, 노쇠하고, 어리석고, 효율적인 행동이 불가능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가까이하기 싫은 대상으로 분류된다. 특히 노인들은 젊은 성인들과 비교하여 매력 없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연령차별주의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치된 견해가 없기는 하지만, 일부의 연구자들은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공포 때문에 노인에 대한 연령차별주의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노인들을 보면 젊은이들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하므로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도시화와 산업화가 노인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회가 현대화된다고 해서 노인의 지위가 낮아지고 연령차별주의가 더 심각해지는 것은 아니다. 동시대의 산업화되지 않은 사회에서도 노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발견될 뿐 아니라 산업화된 선진국 노인들은 오히려 존경을 받고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으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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