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예로서 사람은 자신을 불쾌하게 만든 일을 잊어버리거나 불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것들을 기억한다. 또한 하면 안 되는 일을 했을 때 이유를 붙여 변명하는가 하면, 자기 자신 속에서 이유를 찾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유쾌한 감정을 투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베이런트는 프로이트와는 달리 방어기제들 중에서도 더 성숙한 방어기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일반적으로 성숙한 방어기제는 현실을 더 적게 왜곡하고 더 품위 있으며 덜 불유쾌한 방식으로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베이런트의 핵심적 주장은 일상생활의 괴로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성인들은 더 성숙한 방어기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방어기제를 분류하기 위하여 수준(level)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베이런트는 어떤 한순간에 우리는 단지 하나의 수준에 속하는 방어기제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수준에 해당하는 방어기제들을 광범위하게 사용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예로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퇴행(regression)과 같은 유치한 방어기제가 사용되고 심각한 수술을 받아야 할 때는 억압(repression: 공포 때문에 의식적 기억을 거부하는)이나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수술의 세부사항을 매우 추상적으로 알아보는 것 같은), 투사(projection: 내 남편은 두려워하지만 나는 아님을 강조하는) 혹은 액팅아웃(acting out: 채혈하기 위해 두 번 찌르는 간호사에게 화를 내는) 같은 미성숙한 방어기제들이 사용된다.
그러나 사람은 항상 미숙한 방어기제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베이런트에 의하면, 삶의 과정에서 성인들은 미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성숙한 방어기제를 더 빈번하게 사용한다. 여기에 덧붙여 베이런트는 방어기제의 사용에서 큰 개인차가 있음을 강조하고 개인생활과 직업생활에서 성공적인 사람들은 미성숙한 방어기제의 사용에서 더 성숙한 방어기제의 사용으로 이동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베이런트는 인간이 더 높은 수준의 성숙을 지향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의 이론은 분명히 발달적이다. 그러나 미성숙한 수준의 방어기제에서 성숙한 수준의 방어기제로의 이동은 단계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점진적이기 때문에 비단계적 발달이론으로 분류된다. 레빙거와 같이, 베이런트도 모든 사람들이 성숙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가정하였다.
펄린의 모델
레오나드 펄린(Leonard Pearlin, 1982a, b)은 심리학과 사회학에서 나온 개념들을 통합한 사람으로 그의 주된 관심은 성인기 동안의 괴로움의 근원과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에 있다. 그는 단계를 가정함이 없이 괴로움의 근원과 대처방식 양자가 성인기 동안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려고 하였으므로 그의 이론은 비단계적인 변화이론에 해당한다.
물론 성인기에 대한 펄린의 제안들은 괴로움이나 스트레스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펄린은 특정한 연령단계와 연결된 심리적 문제나 인생과업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연령관련직 문제는 단지 노화의 일부분을 설명할 뿐이라고 강조하고, 오히려 개인들 간에 나타나는 경로들의 다양성을 중요시하였다. 즉 사람들이 동일한 연령이나 인생주기에 처해 있다고 할지라도, 현재의 위치에 도달하기 위하여 그들은 동일한 발달경로를 거쳐 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래에 동일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펄린은 발달경로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 개인차의 차원들(특히 사회경제적 지위가 큰 영향을 미친다)
- 스트레스나 인생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개인이 지니고 있는 기술(다양한 기술을 지니고 있으면 있을수록 더 적은 괴로움을 경험한다)
- 사회적 지원망의 활용가능성과 유용성(강력한 지원적 연결망을 가지고 있는 성인들은 더 적은 잠재적 괴로움을 경험한다)
- 개인이 경험하는 스트레스나 괴로움의 본질과 시기
특히 펄린은 성인기 동안의 스트레스나 괴로움의 근원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 매일의 생활긴장: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괴로움으로서 시어머니의 잔소리, 지루한 직장일, 가사 일과 직장일을 동시에 처리히야 하는 역할 갈등, 물가상승에 맞추어 가계경제를 꾸려가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미리 계획된 생활긴장: 예측가능한 사건들로서 자녀의 출생, 성인초기 자녀의 집 떠나기 혹은 은퇴와 같은 예상된 역할변화들을 포함한다.
- 미리 예상하지 못한 생활긴장: 직장에서의 해고, 부모나 가까운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교통사고 등과 같이 예상하지 못한 변화들에 해당한다.
펄린에 의하면, 미리 계획된 변화들은 괴로움이나 안녕감에 비교적 적은 영향을 미치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화들은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놀랍게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의 영향이 간접적일 때조차도 매일의 생활긴장은 크게 증가한다.
예를 들어 적절한 재정적·정서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에게 배우자와의 사별은 그래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영향을 주지만, 사별 후 새롭게 직업을 찾아야 하고 가난 속에서 혼자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여성들은 훨씬 더 큰 괴로움을 경험하고 불안이나 우울로 고통을 겪는다. 레빈슨의 개념을 빌어 설명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생애구조의 붕괴는 극도의 괴로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펄린은 내적으로 전개되는 성장이나 성숙 상태로의 이동을 거부하기 때문에 그의 모델은 성인생활에서의 발달이 아니라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펄린에 의하면, 개인의 삶은 외부적 상황에 대처하는 계속적인 적응과정에 해당한다. 비슷한 연령의 성인들은 다양한 외부적 상황을 서로 공유하고 인생과정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 공동적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펄린이 중요시한 것은 모든 성인들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단계적 경험이 아니라 성인생활의 변화하는 다양한 요구에 대한 개별적 성인들의 대처방식이 어떤 원리에 의해 지배되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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